모 르 는 사 이 //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본능적으로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 외에 얼마나 더 있을까? 언어적으로 생각 또는 이성, 감성은 마음이라는 단어에 발을 걸치고 미묘한 땅따먹기를 한다. 재단할 수 없는 이상한 이 개념은 누구나가 말하지 않아도 가지고 있어서, 아니 사실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또 이상할 수가 있을 것 같지만, 우리가 각자를 서로 다른 개체로 구분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내게 마음은 대체적으로 이성과 대립되는 존재다. 내가 다소 감정적인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주 이성적인 사람에게도 그 상대성은 유효하지 않을까 한다. 불쑥 찾아드는 감정을 마음이 인정하기 시작하면 나는 나의 이성에게 자주 맞서게 된다. 소리 없는 싸움을 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은 의외로 스스로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을 쯤이면 생각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분류하는 작업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이가 나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언어로써 전달한다. 그가 숨기려 하는 정보는 동시에 비언어로 전달될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감각하고 뇌로 소화해 마음이라는 차원으로 보낸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는 감정을 듣게 된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느낌에 대한 이유, 때로는 반격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언어와 비언어, 감정과 이성, 의식과 무의식, 이 모든 것을 마음이 관장하고 가장 중요한 결정의 결재 역시 그가 한다. 가끔 내 마음이 내 자아를 뒤흔드는 것 같을 때, 일순간 내 세계는 하나의 특이점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많은 것들은 내 안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재정립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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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한 오후를 보내던 중 S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 곧 다른 일정에 참석해야 했지만 흔쾌히 응했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그와는 한 달에 한 번씩 카페를 이곳 저곳 다니는 무언의 약속이 생겨버려서(어느 샌가 부터 그러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들떴던 것 같기도.
내가 알기로 S는 능소화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가 그린 그림도 많이 보았고! 여름과 잘 어울리는 색과 모양을 가진 꽃 같다. 꽃말은 여성, 그리움, 기다림 등등. 모두 나에게 친근한 단어들이라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S도 그런 부분이 나와 비슷해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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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능소화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가 궁금해져 검색창을 켜봤다. 하늘을 능가하는 꽃,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가장 합리적인 것은 능소화가 벽을 타고 높이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옛날에는 양반집 담장에 주로 키웠다고 했다. 어떤 건축학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건물의 높이는 권력과도 같다는 내용이었는데, 꽃이 자라는 높이에도 그것이 적용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발매했던 앨범의 커버아트 중에는 축음기와 나팔꽃의 모양을 본떠서 디자인한 그림이 있는데, 능소화를 보면 그 곡들을 썼을 때가 떠오른다. 한창 습한 계절에 피웠다가 졌다가, 금방 시들지는 않으면서 생기를 유지하는 그 주기가 꼭 우리 마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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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색 옷 입은 나
이 날 행운의 색이라고 해서
땀이 날 걸 알면서도 니트를 입어버렸다.
멋쟁이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대요.
몰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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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밤을 걸으면서 달을 관찰했다. 매일 보니까 매일 달라지는 밝기와 크기가 느껴졌다. 웃는 손톱 모양은 금방 차올라서 보름달이 되었는데, 새삼 신기하게도 음력 보름인 것 있지. 어떻게 이렇게 날짜를 세었지? 싶은 공상이 또 들었다. 옛날 사람들이 자연을 관찰하면서 기대어 살았다는 게 이런 순간에 이해가 갔다.
보름달을 보면 손가락으로 눈을 만들어서 맞춰 보곤 했는데, 그러면 하늘이랑 눈 마주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러고 보면 엄청 빛나는 눈동자가 된다. 그런 눈빛을 닮고 싶다. 달이 정말 밝아서 밤이 밝을 수도 있다는 걸 눈이 마음에게 전달했다.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는 날에는 가끔 슬프다. 항상 그 궤도에 있을 텐데도 벗어날까 두려운 마음, 내가 자주 느끼는 마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다.
능소화는 이름처럼 높게높게 자라지만 얼굴은 대개 아래를 향한다. 중력 때문이었으려나 멋대로 생각해보고.
아니면 그 꽃이 그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꽃이 아래를 향하는 사실이 변하지 않고, 달은 어디에도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내일도 계속 그렇겠지? 내가 찾으면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계속 계속 걷는다.
능소화가 폈다가 졌다가 하는 것처럼, 달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마음은 생겨나고 작아지고 커지고 이리저리 흐르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여름이지만 오묘한 게 울렁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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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는 말
술을 곁들이는 날이 많아져서요.
글에서 술 냄새가 나지는 않죠? 요즘 즐거운 날들을 많이 보내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뜬금 없네요.)
감사하게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몇 계셔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저의 근황은, 일상의 회복력이 많이 좋아졌고, 자주 웃고, 마음놓고 아파하고
솔직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 우리가 도처에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고맙습니다.
다음 달에는 어이 없고 웃긴 내용도 많이 있을 거에요.
좋은 여름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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