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나는 어떤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나는 누구의 필요에 의해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무기력은 끝이 없다. 바닥은 계속 나를 당기고 일어날 수 없게 한다. 병원에서는 약을 늘렸고 몸은 별 반응이 없다. 다른 방법을 권유받았지만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이 짧고도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졌던 2월을 무사히 보내게 된 데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나를 충분히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아주 달콤하게도 유혹스럽지만 가끔은 나를 헷갈리고 옥죄게 만든다. 오랜 기간을 전제하였을 때는 더욱이, 나로 인해 충분해하는 이들과 함께할 때 마음이 더욱 편안할 것이다.
필요에 대한 생각을 할 때면, 거꾸로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왜 필요하냐 생각하다 보면 대개 나를 위한 이유이다. 그 지점에서 다시 자책감이 든다. 필요란 사실 그런 것이다. 연이은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가 어떤 필요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충분히 여겨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책감 위로 고마움이 싹튼다. 그렇게 내가 나이기 때문에 드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그들에게 충분함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렇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요즈음이다.
추위가 많이 풀리고 겉옷이 얇아졌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먼지 때문에 당분간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언제 다시 추위가 고개를 들지 모르는 경계에 있지만 아침에 나섰을 때 보송하게 비추는 햇살을 믿어보기로 한다. 밤낮이 바뀐 나의 하루를 고려해 아침을 오후까지 주욱 밀어놓고 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 본다. 그렇게 내가 내게 글을 쓴다. 내가 나를 충분히 여기기로 한다. 내가 내 주위의 사람들을 먼저 읽고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