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의 모 양 //
<사랑>. 차원을 넘어서도 그 힘을 발휘하는 사랑에 대한 어떤 영화를 좋아한다. 사랑은 과연 우리가 존재하는 3차원에 귀속되는 개념일까?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더 큰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 나는 사랑을 3차원 입체로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어떤 모양이 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 궁금함 뒤로 다른 물음표가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여지껏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가져다 쓰면서도 그 정체를 확실히 형언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 생각하다가 1차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여태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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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내가 여지껏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가족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특정 개념을 향한 사랑, 종교에서의 사랑 등. 모두가 사랑이라고 불리면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담 사랑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사랑이 아닌 것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사랑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육성으로 거의 내뱉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편지나 메세지로 상황에 맞게 쓴 적은 있지만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로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대체로 확실한 단어로 이야기했다. 보고싶다거나, 좋아한다거나, 신경 쓰인다거나. 가족에게도 그랬다. 더군다나 내가 누군가에게 그 말을 들어본 적도 거의 없었다! 사랑이 내게서 어려운 이유는 생각보다 그 단어가 나와 멀리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 사랑, 사랑, 자꾸 곱씹다보니 게슈탈트 붕괴라도 일어나는 것 같았다. 보다 쉽게 생각해보기 위해서 나는 일상 속에서 사랑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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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에게서 생각지 못하게 네잎클로버가 붙여진 엽서를 받았다. 네잎클로버같은 선물이었다. 엽서 안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자주 하는 말을 빌리자면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것이 사랑이었다. 마침 클로버의 잎들이 하트 모양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심장 모양이라서인지 엉덩이 모양이라서인지, 하트는 사랑표. 누구나 그렇게 하트-라이팅 당해 왔을 테지. 토끼풀을 보면 다른 풀을 볼 때보다 귀엽고 애틋한 마음이 드는 건 그것 때문일까? 오래오래 보관하려고 마른 책 사이에 끼워 두었다. 이 날 이후로 나는 토끼풀만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사람이 돼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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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주 있고 그 사이사이에 행운도 있더라. 두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었어. 나는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어서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여기에서 세 개나 찾아버린 거야. 그만큼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널려 있는 행복을 이제서야 살펴보게 된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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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하트 모양과 비슷한 게 보이면 사진을 찍었다. 안주로 먹던 견과류을 집어들어 보다 보니 입 맞추는 두 사람의 머리가 함께 보인다. 마주잡고 있는 손으로도 보이고. 어딘가 묘해진 하트를 술이 지나간 입으로 털어 넣었다. 이성과의 사랑은 하릴없이 웃게 되는 것 말고 무언가 다른 걸 더 내포하고 있는 것 같고. 소금간이 되어 있어 그런지 달고 짭쪼름한 것이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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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려진 밥상에서, 어두운 길목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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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할 게 없을 때엔 내가 만들게 되는.
떠올린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이렇게 다르게 보일지 몰랐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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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모양의 사랑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내가 보는 대로 나의 사랑의 모양이 정의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각자가 각자의 사랑의 모양으로 이 3차원 세상에 존재한다. 모두가 제 나름의 모양으로 숨쉬고 한 단어로 모여든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 나와 가까이, 나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니 평온했다. 이제는 밝은 노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더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가둬두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근래에 너무 긍정적으로 살아서 혹여나 나중에 불안이 왔을 때에 더 크게 느껴질까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는데 진짜 괜찮아지고 있어서, 내 모습 그대로 사랑의 모양이 되기로 해 본다. 이제 사랑의 정의가 더 궁금하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잘 다듬고 보살피는 것, 사랑스러운 가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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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는 말
다들 추석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도 보냈어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 되게 좋은 일이더라고요.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양은 어떤 형태일지 궁금하네요.
제 모양새를 궁금해 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어요. 아침저녁으로 얇은 외투 걸치시고 목감기 조심하세요.
곧 겨울 냄새가 만연할 것 같아요.
11월 4일에 부산에서 공연 소식이 있을 테니 기다려 주세요!
고맙습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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