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은 겨 울 대 로 // Background / A Flower is not a Flower ∙ Ryuichi Sakam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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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제 달아났는지 모를 각각의 시간들에게
매년 성탄절 부근이 되면, 각자의 반짝이는 소망들 속에
괜히 지나간 날들을 세어 보며
작은 푸념을 하게 되더군요
나는 매일을 매일의 이유로 살아온 것 같은데
어째서 돌이켜 느껴지는 것은 구석진 아쉬움일까요
그것은 시간이 빨라서,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찾기 쉬운 모서리들만을 훑어보게 되는 걸까요
마지막 보름달이 지고 난 하늘
남아있는 별을 올려다보면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무거워진 마음과 함께
그 순간의 시간만큼은 더디게 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달이 차오를 때에는 그의 모양처럼
나의 벽을 다정하게 쓸어줘야겠습니다
나는 지금
아무도 모르는 내 시간선을 들여다보기 위해
고개를 숙여 봅니다
마치 마음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심장 부근으로요
가볍지 않은 목례를 지난 우리의 시간에게 전합니다
일러두자면 저는 기록의 습관이 베지 못한 사람입니다
시작한 책의 끝을 본 것도 손에 꼽구요
절반이 반듯한 일기장도 수 권이고요
현상하지 않은 필름도 카메라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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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계속해서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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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1 물건을 가지런히 겹쳐 쌓거나 포개는 모양
2 말이나 행동 따위를 아주 찬찬하게 순서에 따라 조리 있게 하는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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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겨울대로 제 때를 맞아서 돌아오고
땀흘리던 지난 날이 잘 감각나지 않아요,
나는 지금을 살기 때문이겠지요
늘 물처럼만 살자고 하니
너무 평평해서는 흘러가지도 않겠더군요
반듯하고 빳빳한 헌 일기장의 4월처럼
바싹 마르기만 할 것 같았어요
아 - 아무래도 나는 살아있는 나무를 동경하나 보다.
발 디딜 틈만 있어도 하늘로 뻗어나가는
평화적인 날렵함
그 에너지를 닮고 싶나 보다
찬찬히 쌓아가다 보면 그런 힘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 했어요
딴에는
잘 꾸며 쓰고 싶어 아끼는 마음으로 비워뒀던 종잇장에
낙서라도 해 놓았으면 좋았을 걸 하니까요
지금부터 저의 마른 일기장을 차곡차곡
당신들의 시간 위에 올려드리려 합니다
봐 달라고 하는 거에요
저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제 하루들!
아마 사람 사는 것 비슷한 점도 많겠지요
당신들께 어떠한 의미로 다가갈 지 확신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스쳐 지나갈
단순한 사념으로 잊혀지고 싶지는 않은 하루들을 모아서
저의 매일의 삶의 조각을 조금씩, 조금씩
차곡차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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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른 터를 만들기 위한 1차적 행위
일전에, 나무 향이 나는 사람에게서 받았던 바디오일
지나보낸 일기장만 마른 줄 알았더니 내 피부도 몸도 버석하게 말라 있었다. 어쩌면 나무와 의외의 공통점을 찾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달 정말 힘들었어. 양지바른 곳 내가 만들어 살겠다고 도망친 자리를 정말 열심히 쓸고 닦고, 웅크려도 있다가 물도 맞았다가 쉴 때가 되어서 신경이 지나는 곳에 기름칠을 해 줬다
나무같은 몸에 나무가 닿고 나무 향이 났다. 자극적인 편안함이었다. 받은 지 꽤 되었는데, 혹여나 이것도 내가 제 기한 안에 뜯지 못할까 봐 염려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너무 잘 쓰고 있다. 신경다발이 뿌리라도 되는 것처럼, 비옥한 땅이 되어 가도록 자주 쓰다듬어 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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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깊은 밤 수면등에 잘 어울리는 사념을 걷어내는 완벽한 침묵 방해받지 않는 고요 내가 그리던 곳
그래서 그건 어디에서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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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달라도 한 지붕아래 잘 살아가요.
최근 어떠한 연유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각양각색의 비둘기들이 있었다. 종종 이런 대형 새집 구조물들이 보였는데 누군가는 저런 거 따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하필 경상도 사투리로 들어버렸는데 나는 이후에 비둘기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날지 않게 쭈그려앉고는 구구- 구구- 작게 흉내를 냈다. 다행히 새들이 놀라지 않았다. 흰 새 옆에 까만 새, 그 옆에 얼룩 새, 그 옆에 회색 새. 그리고 또 흰 새. 삼삼오오 모여있는 새들 중 한 마리가 옆에서 가만히 있길래 인간말도 걸어보고, 눈도 맞춰 봤다. 나 너를 보고 있어. 너도 나를 보았니 - 한국에 돌아가면 아바타2 보러 가야지 생각을 했다. 우기가 끝날 무렵 갤 듯 말 듯 한 하늘은 어둡고,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이질적인 추운 감각을 느꼈다. 다 괜찮았는데 자꾸 그 없애버려야 된다는 말이 맴돌았다. 흐음. 비둘기보다 몸집이 작고 날쌘 참새들은 굳이 저 대형 새집에 발들이지 않고 저들끼리 이리저리 쫓아 다녔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나무가 더 편해서 그런 것 같기는 했다. 나는 /
아무튼 집에 가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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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나의 집 나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어요 동시에 여기에도 저기에도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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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5일 비운 방인데 5년 지난 것처럼 반가웠다. 입주한 지 5주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 따뜻한 외로움이 좋다. 그리고 혼자 마시는 보리맛 술을 좋아해. 맑은 술은 써서 먹을 것 같지 않다. 작은 캔 하나 겨우 먹던 나인데 오늘은 큰 캔이 금세 동나기에 스스로 신기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저장해두었던 윤희에게를 보고 집 앞 편의점에서 골라버린 삿포로 맥주. 처음 마셨는데 좋았다. 다이어리에 낙서같은 일기 더 쓰고, 기타도 쳤다가. 그 와중에 짱구 과자 너무 맛있었다. 귀여운 짱구 스티커는 덤. 기분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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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책상 앞, 벽에 붙은 그림은 수연의 그림. 그는 지나간 한 해를 다가올 한 해에 그려 놓았다. 나는 이것을 잘 보이는 곳에 세 장씩 붙여 두었는데, 한 달만 보여지고 서랍에 들어가게 하기가 아쉬워 세 달마다 바꾸려고 그렇게 했다. 언젠가 수연의 어머니가 떠 주신 수세미도 주방에서 제 몫을 다 해주고 있다. 며칠 전 수연과 이야기하다가, 이 방이 수연의 방인지 나의 방인지 모르는 사람은 모를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가 그려 준 그림이 꽤나 많이 붙어 있어서. 게다가 이사 온 동네에 살고 있어서 더 가까운 그런 기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혼자 아니고 싶게 되어서 자주 놀러 오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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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향하는 길목 - 방 구조물, 202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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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따뜻한 외로움이 좋다고 했는데, 머지 않은 곳에 누군가의 존재가 있어야 적정 온도가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만은 않다. 같이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혼자일 때 자유로운 사람, 함께일 때 조화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상기시켜주는 이가 있는데 들을 때마다 좋은 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관계라는 게 뜻대로만 되지 않아도 이 말을 떠올리면 마음의 방향을 다시금 잡아내곤 한다.
밑줄 친 페이지는 박연준 작가의 산문집 ⎡소란⎦의 '서쪽, 입술'의 한 부분으로, 몇 해 전 친구에게서 선물받은 책에 있다. 부산의 독립서점 스테레오북스에서 책갈피라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꺼내읽게 되었는데 마침 이 문단을 만났다. 부를 곡 중에 꽃이라는 자작곡이 있었는데 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친구가 선물 해 준 누군가의 사념이 나의 과거와 이렇게 만났다. 과거는 다른 형태의 현재가 되었고 나는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의, 혹은 나의 미래로 보내려 하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신기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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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겨울은 겨울대로, 차갑지만 따뜻하게 등을 기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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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일 없는 사흘을 함께 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 메일이라 마지막 날까지 3일이 아닌 총 4일인 것처럼 쓰게 되었네요.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에 멋진 나무를 그릴 수 있도록 찬찬히 써내려가보겠습니다.
/ 메일링 서비스를 추천해주신 윤주작가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용기가 났어요. 이 메일을 읽어보신 분들은 여기로 들어가시면 또 멋진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제 책장에 붙은 멋진 달력을 그려준 수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늘 옆에서 온도 나눠주어서 고맙습니다. 아직 1월이니, 그가 그린 새해 엽서도 한 번 둘러보셔요. 여기에 있습니다.
/ 다음 호는 매월 3일마다 발송됩니다. 아래 '같이 쌓기'를 눌러 당신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얹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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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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